ep.10 취미는 소설

김미리
202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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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취미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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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는 취업에 성공한 다음부터는 꿈 같은 것이 더 이상 없었다. 일주일을 잘 보내기 위해 긴장하다 보면 한 달이 갔고 한 계절이 갔다. 유리는 취미들을 찾아다녔고 그건 자신의 하루를 바친 월급의 많은 부분을 쏟아붓는 일에 불과했다. 즐거웠지만 얕고 짧았다. 유리는 직장에 다닌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자기 자신의 삶이 노인과 똑같다고 느꼈다. 언젠가부터는 죽어도 상관이 없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건 절망이나 무력감 같은 감정이 아니었다. 유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다.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서 자기 할 일을 했고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도 모든 노력을 바쳐가며 다정했다. 유리의 죽고 싶음은 여한이 없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 임솔아, ‘엄마 몰래 피우는 담배’ 중에서 -



어떤 문장을 읽을 때 속이 뜨끔해서 숨고 싶습니다. 또 어떤 문장을 읽으면 생전 모르던 어떤 것이 갑자기 몰려와요. ‘대체 이걸 어떤 기분으로 분류하면 좋지?’ 하면서 한참을 헤맵니다. 소설을 읽을 때의 제가 그렇습니다. 그렇게 읽고 또 읽다 보니, 제가 소설을 쓰고 있더라고요? 집타령이 뜸했던 이유 중 하나는 [소설 쓰기]입니다.


그간 저는 에세이를 써왔습니다. 그러니까 저와 제 생활에서 이야깃거리를 모읍니다. 글을 쓰면서는 생각합니다. 충분히 나인 이야기여야 할 텐데··· 나에게 있어 진실인 이야기를 적었어야할 텐데······. 소설을 쓰면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충분히 타인이 되었어야할 텐데··· 내가 정말 진실이라 믿고 싶은 이야기를 적었어야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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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을 쓰면서 저는 엄청난 자유를 느꼈어요. 글 속 화자가 더 이상 제가 아니었으니까요. 등장인물을 죽일 수도, 시간을 빨리 감거나 되돌릴 수도 있고, 제가 정한 규칙을 소설 속 세계에 강요할 수도 있습니다. 지친 중년 남성의 목소리를 내다가, 세월을 다 보낸 노인의 목소리로 말할 수도 있습니다. 정말이지 즐겁고 신나는 세계죠?


그런데 그게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완성한 글을 합평에 들고 갔을 때 문우 중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작가가 뭘 말하고 싶은 거예요?”


아차, 싶었습니다. 독자가 생기는 순간, 저는 제가 쓴 이야기에 책임이 생긴다는 걸 몰랐거든요. 단 한 사람의 독자라고 하더라도 말이죠. 그날 이후로 소설 쓰기와 점점 멀어졌습니다. 제 안에 답이 없는 것 같았거든요.


소설 쓰기를 다시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이제는 그날의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저는 <집>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제 이야기 속에서 집은 공간이기도, (혈연/비혈연) 가족이기도, 건축물이기도, 자산이기도, 문 안밖에 서 있는 사람이기도, 관계이기도, 세월이기도- 할 것입니다.

물론 제 소설은 아직까지 소설 선생님과 (같은 수업을 듣는) 문우들에게만 존재합니다. 그들에게만 읽혔기 때문입니다. 어디 내놓을 것도 아니면서 뭘 그렇게 쓰고 또 배우냐고 물으신다면, 이것이 저의 깊고 긴- 취미라고 답할 것입니다. 언젠가 충분히 머물고 싶은 이야기로 집을 짓고, 구독자 여러분도 초대하겠습니다.


구독자님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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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신

글의 서두에 인용한 글은 최근 제게 소설을 알려주신 임솔아 소설가님의 단편, <엄마 몰래 피우는 담배> 중 일부입니다. 지난 한 달간 선생님의 ‘소설의 탄생 연습’이라는 수업을 들었는데요. 제 취미를 이제 누군가에게 말해도 되겠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어떤 일은 말하는 순간 더 즐거워질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때로구나 싶었어요. 제게 소설의 씨앗을 심어주신 선생님께 (몰래...!) 감사합니다.


2026년 7월 19일 


이야기집을 지으며
타령꾼 김미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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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집타령>

작사작곡편곡 ㅣ 김미리


집에 있는 시간과 집을 그리워하는 시간으로 이루어진 하루를 산다. 좋아하는 것은 집밥, 잠옷, 눕기. 그리고 반려묘 소망이. 매일 아침 마당을 쓰는 노인처럼 사소한 꾸준함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아무튼, 집』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를 썼다. 가구브랜드 인어피스에서 콘텐츠기획자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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