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4주차 주간보고 드립니다 (vol. 43)
화요일에 주간보고가 도착해서 깜짝 놀라셨나요? 나름의 서프라이즈라 포장해보고 싶지만, 실은 월요일인 어제 보냈어야 할 주간보고의 지각 발송입니다. 오랜만에 수풀집에서 쓰고, 보냅니다.

수풀집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수풀집은 제가 일주일에 이틀을 보내는 시골의 작은 집인데요. 사시던 분이 떠난 뒤 오랫동안 폐가 상태로 방치되었던 한옥집인데, 제가 몇 년 전에 매매해서 찬찬히 고쳤어요. 그런 수풀집이 올여름에 수해를 입었어요. 2백 년 만에 내린 폭우 앞에 공 들여 고친 집의 곳곳이 속절없이 망가졌어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생각할 때마다 우울해지더라고요. 한동안 무기력에 빠져 맘고생을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마음이 그 구간을 통과해 내자 또 이때다, 싶더라고요? 미색 실크벽지와 연한 나무무늬가 새겨진 장판은 많이 낡아 교체할 주기가 되었는데 마음이 먹어지질 않았거든요. 사는 내내 아쉬웠던 걸레받이를 몰아낼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왜 벽지 맨 아랫부분과 장판이 연결되는 부분에 기다랗게 붙인 나무판자 있잖아요. 저는 그게 참 별로였거든요.
무더위가 가시지 않은 추석 연휴, 수풀집에 사총사가 모였습니다. 수풀집을 처음 고칠 때 손을 보태어준 친구 셋 그리고 저, 이렇게 넷이 늘 몰려다니거든요. 무더위 속에서 가구를 옮기고, 긴 시간에 걸쳐 꼼꼼히 보양작업을 하고, 빈틈없이 퍼티와 프라이머 작업을 하고, 집 안의 모든 면을 오르내리며 미장과 칠을 했습니다. 이 작업을 연휴 내내 반복했습니다.

따라다 닷 닷다♪(러브하우스 인트로)
미완성의 사진이지만 친구들의 고운 마음과 손을 빌어 작업한 공간을 구독자님께 내보입니다. 이것은 해명의 글이기도 합니다. 문득 돌아보니 9월엔 퇴사원 주간보고를 한 편 밖에 보내지 않았더라고요. 여러 일이 많았지만 수풀집 리모델링 준비와 진행을 하느라 몸과 마음이 특히 바빴다는 해명이며, 앞으로는 열심히 발신자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굳은 다짐입니다.
기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딱혀서 어쩌까

부산스레 살림살이를 정리 중인 수풀집에 앞집 할머니, 김채순 여사님이 오셨습니다. 아는 분도 계시겠지만 김채순 여사님은 제가 마을에서 가장 좋아하는 어르신입니다. 제 브런치 메이트이자 농사 선생님이시고요.
할머니가 집에 오시니까 반려묘 소망이도 냐앙, 하며 반기더라고요. 소망이의 환대에 할머니가 기뻐하셨어요.
"아이고. 아기가 나한티도 인사 허네. 몇 번 봤다고 아는 치 하네."
사실 소망이는 잘 모르는 사람일수록 환대하는, 뉴페이스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고양인데요. 할머니와 소망이의 다정한 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그러게요, 할머니를 기억하나 봐요.' 하고 답했어요. 실은 오늘 아침 다녀가신 세탁기 설치기사님도 매우 반가워했다는 사실은.......... 비밀로 하고요.
"아기가 누나 잘 만나서 아주 호강하네. 동네서 고냥이들이 영 다치고 그런댜. 얼마나 아플거여."
할머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씀하셨어요. 할머니와 저는 동네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눴습니다. 이야기 끝에 할머니는 말씀하셨어요.
"갸들, 딱혀서 어쩌까."
할머니와는 모든 종류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살림살이가 망가졌다는 투정이나 일이 바빠 고생스럽다는 엄살까지도요. 할머니는 가만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고는 말씀하시죠.
"대근해서 어쪄(피곤해서 어떡해.) 딱혀서 어쩌까."
허투루 하는 말씀이 아니라는 걸, 할머니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어요. 딱혀서 어쩌까. 그 말을 할 때 고양이의 아픔을, 상대의 속상함을, 피로를- 나눠 들어주고 있다는 게 고스란히 느껴져요. 아주 잠깐이지만요. 그 찰나에 위로를 얻습니다.
잠시 후 할머니는 청소를 너무 오래 방해했다며 양손을 훠이훠이 흔드시며 건너가셨어요. 할머니가 떠난 뒤에도 그 말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딱혀서 어쩌까. 딱혀서 어쩌까. 딱혀서 어쩌까. 들을 때는 위로의 말이었는데 읊다 보니 이해의 말로 다가왔습니다. 측은지심의 마음으로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상황도 없다는 말 같아요.
김채순 여사님의 문장이 필요한 분이 또 계실까 하여 주간보고에 실어 보냅니다. 참고로 이 말은 요즘 제 주문이 되었습니다. 딱해서 어쩌나.

고전문학 같이 읽을까요?
(+ 구독자전용 할인코드)

지난 주 고전문학 함께 읽기 리추얼을 실컷 소개해놓고 할인코드 내용을 빼먹었지 뭐예요. 밑미에서 함께하는 '고전문학 따로 또 같이 읽기!' 퇴사원 주간보고 구독자용 할인코드는 weeklyreport_1012 입니다. (할인코드 입력 칸에 넣어주세요)
고전문학 함께 읽기는 퇴사원 주간보고에서 단초를 얻어 시작되었잖아요. 그러니 구독자님께 작게라도 감사표현을 하고 싶어서 준비했어요. 이미 신청하신 구독자님이 계시다면 취소하신 후 쿠폰코드 입력 후 재등록해주시면 됩니다. 신청은 10/4 금요일에 마감됩니다.
- 언제 :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간
- 어디서 : 마음성장 플랫폼 '밑미' 에서
- 무엇을 : 각자 정한 고전문학 혹은 추천리스트의 고전문학을
- 어떻게 : 고전문학을 읽고 마음에 남는 문장과 감상을 간략하게 기록
- 왜 : 내 삶에 꼭 필요한 문장을 찾아서 보다 즐겁고 단단한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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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히 의견과 감상을 전하실 수 있도록 게시판을 만들었습니다. 이전처럼 메일 답장을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보내주신 이야기들은 기쁜 마음으로 감사히 읽겠습니다.
2024년 10월의 첫날
퇴사원 김미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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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4주차 주간보고 드립니다 (vol. 43)
화요일에 주간보고가 도착해서 깜짝 놀라셨나요? 나름의 서프라이즈라 포장해보고 싶지만, 실은 월요일인 어제 보냈어야 할 주간보고의 지각 발송입니다. 오랜만에 수풀집에서 쓰고, 보냅니다.
수풀집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수풀집은 제가 일주일에 이틀을 보내는 시골의 작은 집인데요. 사시던 분이 떠난 뒤 오랫동안 폐가 상태로 방치되었던 한옥집인데, 제가 몇 년 전에 매매해서 찬찬히 고쳤어요. 그런 수풀집이 올여름에 수해를 입었어요. 2백 년 만에 내린 폭우 앞에 공 들여 고친 집의 곳곳이 속절없이 망가졌어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생각할 때마다 우울해지더라고요. 한동안 무기력에 빠져 맘고생을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마음이 그 구간을 통과해 내자 또 이때다, 싶더라고요? 미색 실크벽지와 연한 나무무늬가 새겨진 장판은 많이 낡아 교체할 주기가 되었는데 마음이 먹어지질 않았거든요. 사는 내내 아쉬웠던 걸레받이를 몰아낼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왜 벽지 맨 아랫부분과 장판이 연결되는 부분에 기다랗게 붙인 나무판자 있잖아요. 저는 그게 참 별로였거든요.
무더위가 가시지 않은 추석 연휴, 수풀집에 사총사가 모였습니다. 수풀집을 처음 고칠 때 손을 보태어준 친구 셋 그리고 저, 이렇게 넷이 늘 몰려다니거든요. 무더위 속에서 가구를 옮기고, 긴 시간에 걸쳐 꼼꼼히 보양작업을 하고, 빈틈없이 퍼티와 프라이머 작업을 하고, 집 안의 모든 면을 오르내리며 미장과 칠을 했습니다. 이 작업을 연휴 내내 반복했습니다.
따라다 닷 닷다♪(러브하우스 인트로)
미완성의 사진이지만 친구들의 고운 마음과 손을 빌어 작업한 공간을 구독자님께 내보입니다. 이것은 해명의 글이기도 합니다. 문득 돌아보니 9월엔 퇴사원 주간보고를 한 편 밖에 보내지 않았더라고요. 여러 일이 많았지만 수풀집 리모델링 준비와 진행을 하느라 몸과 마음이 특히 바빴다는 해명이며, 앞으로는 열심히 발신자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굳은 다짐입니다.
기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딱혀서 어쩌까
부산스레 살림살이를 정리 중인 수풀집에 앞집 할머니, 김채순 여사님이 오셨습니다. 아는 분도 계시겠지만 김채순 여사님은 제가 마을에서 가장 좋아하는 어르신입니다. 제 브런치 메이트이자 농사 선생님이시고요.
할머니가 집에 오시니까 반려묘 소망이도 냐앙, 하며 반기더라고요. 소망이의 환대에 할머니가 기뻐하셨어요.
"아이고. 아기가 나한티도 인사 허네. 몇 번 봤다고 아는 치 하네."
사실 소망이는 잘 모르는 사람일수록 환대하는, 뉴페이스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고양인데요. 할머니와 소망이의 다정한 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그러게요, 할머니를 기억하나 봐요.' 하고 답했어요. 실은 오늘 아침 다녀가신 세탁기 설치기사님도 매우 반가워했다는 사실은.......... 비밀로 하고요.
"아기가 누나 잘 만나서 아주 호강하네. 동네서 고냥이들이 영 다치고 그런댜. 얼마나 아플거여."
할머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씀하셨어요. 할머니와 저는 동네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눴습니다. 이야기 끝에 할머니는 말씀하셨어요.
"갸들, 딱혀서 어쩌까."
할머니와는 모든 종류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살림살이가 망가졌다는 투정이나 일이 바빠 고생스럽다는 엄살까지도요. 할머니는 가만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고는 말씀하시죠.
"대근해서 어쪄(피곤해서 어떡해.) 딱혀서 어쩌까."
허투루 하는 말씀이 아니라는 걸, 할머니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어요. 딱혀서 어쩌까. 그 말을 할 때 고양이의 아픔을, 상대의 속상함을, 피로를- 나눠 들어주고 있다는 게 고스란히 느껴져요. 아주 잠깐이지만요. 그 찰나에 위로를 얻습니다.
잠시 후 할머니는 청소를 너무 오래 방해했다며 양손을 훠이훠이 흔드시며 건너가셨어요. 할머니가 떠난 뒤에도 그 말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딱혀서 어쩌까. 딱혀서 어쩌까. 딱혀서 어쩌까. 들을 때는 위로의 말이었는데 읊다 보니 이해의 말로 다가왔습니다. 측은지심의 마음으로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상황도 없다는 말 같아요.
김채순 여사님의 문장이 필요한 분이 또 계실까 하여 주간보고에 실어 보냅니다. 참고로 이 말은 요즘 제 주문이 되었습니다. 딱해서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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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의 첫날
퇴사원 김미리 드림